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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사찰서 노년을 즐기다] “노인대학, 포교와 복지 두 마리 토끼를 잡다”

2017/10/23
불광교육원 관리자 54
[사찰서 노년을 즐기다] “노인대학, 포교와 복지 두 마리 토끼를 잡다”조계사 축서사 불광사 봉은사 대구 불광사 경북불교대학 등
  • 어현경 기자
  • 승인 2017.10.17 16:58
포스코 포항제철소 나들이에 나선 축서사 은빛대학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점심공양 전 건강박수를 치며 즐거워하는 모습. 사진=축서사

올해 3월 문을 연 봉화 축서사 은빛대학은 봉화에서 유명하다. 재미있는 강의를 들을 수 있고, 맛있는 점심까지 준다는 입소문이 나서 동네 어르신은 물론 지역 사찰의 관심을 모았다.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마다 강의가 열리는데, 물야면에 거주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80명이 참여한다. 어르신들이 모이면 강의실이 떠들썩하다. 2주 만에 만나 서로 안부를 전하고, 신나는 수업 덕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축서사가 은빛대학을 개원한 것은 지역 어르신들에게 사찰을 알리고,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선물하기 위해서다. 지난 연말 물야면 20개리 경로당에 노인대학 개원을 알리는 안내장을 보내 수강생을 모집했다. 장소도 사찰이 아닌 면사무소 인근 오록리 경로당을 택했다. 산 중턱 사찰까지 오르내리기 힘든 어르신들 사정을 배려한 까닭이다. 강의는 재미와 건강, 교양에 초점을 맞췄다. 노인예절, 웃음치료, 노인건강체조, 현장학습 치매예방 등 다양한 교육을 하고 있다. 70대부터 90대 어르신까지 수업을 듣는데 레크리에이션 수업이나 야외나들이를 좋아한다. 점심공양은 은빛대학에서만 누리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어르신들이 즐겁고 건강하게 은빛대학을 다닐 수 있게 학장 혜산스님과 축서사 봉사모임인 ‘파란별’ 등 봉사자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은빛대학 담당자 최순학 씨는 “처음에 왔을 때는 어르신들이 따분한 법문이나 듣고 가는 것 아니냐 걱정반 기대만으로 분위기가 어두웠는데 지금은 얼굴표정이 밝아졌다”며 “요즘엔 집에 있는 밤이나 고구마까지 들고 와 나누면서 이웃과 교류도 하는 등 건강해진 모습”이라고 전했다.

축서사 은빛대학 외 사찰노인대학은 봉은사 연화대학, 조계사 백송대학, 불광사 선재대학, 대구 불광사 경북불교대학 노인대학 등이 있다. 봉은사가 1990년도에 연화대학을 개원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올해 새롭게 생긴 교육프로그램이다.

조계사 백송대학은 당초 80명 정원에 두 배에 달하는 인원이 몰려 목요, 금요반 두 개가 만들어질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고령 불자들이 자신만을 위한 프로그램에 그만큼 목말랐다는 것을 반증한다. 1교시는 사경과 스님 법문이, 2교시에는 다양한 특강이 진행된다. 건강요가를 비롯해 자산관리, 상속과 증여, 웰다잉 등 노년 관심사에 대해 초점을 맞춘다. 강사진 상당수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지원을 받아 섭외한다. 평생교육 차원에서 지자체가 지원하는 강사진을 활용하면 보다 비용도 절감하고, 프로그램도 다양화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불광사 선재대학도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개원 초기에는 ‘실버대학’으로도 불렸는데, “우리가 왜 실버냐”는 수강생들의 의견을 수용해 ‘선재대학’으로 명칭을 확정했다. 선재대학은 만 70세 이상 불광사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다. 매주 목요일 오후2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수업이 진행되는데, 노래교실, 미술수업, 건강강좌가 중심이다. 하반기에는 스마트폰 활용법과 종이접기와 복지제도 특강이 예정돼 있다. 불광사 교무 석두스님은 “그간 신도들에게 받은 걸 회향하는 마음으로 선재대학을 열었다”며 “평생 절에서 보시만 해온 불자들은 선재대학을 통해 대접받는 기분을 느끼며 고마워한다. 또 돌아가시기 전까지 사찰에서 충분히 신행활동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입학식에서 신나게 파이팅을 외치는 조계사 백송대학 할머니 할아버지들.

대구 불광사 경북불교대학 노인대학도 올 1월 처음 문을 열었다. 60세 이상 불자는 물론 지역 노인들이 교육을 통해 여가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이웃과 교류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노인들이 화요일 오전10시30분부터 1시간30분간 강의를 들은 뒤 사찰에서 점심공양을 하고 차담도 나누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경북불교대학의 특징은 신도회 고문들이 강사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퇴직 후 명예교수로 활동하는 신도들이 재능기부 차원에서 강의를 맡았다. 강사와 수강생이 정치, 경제, 문화, 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지식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2030년이면 65세가 전체인구 25%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고 한다.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노인복지는 한국사회의 화두가 된지 오래다. 불교도 마찬가지다. 불자가 고령화되면서 불자들의 건강한 노년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생긴 것이다. 나이 들었다고 신행활동에서 배제시키는 게 아니라, 여전히 사찰의 ‘주인공’일 수 있게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서울 조계사, 불광사 등이 노인대학 개념의 불교대학을 올해 개설한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했다고 하겠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타종교에 비하면 현저하게 뒤쳐진 상황이다. 우리나라에 노인대학이 처음 설립된 것은 1970년대로, 1990년대 중반까지 전국에서 노인대학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대한노인회 산하 노인대학과 기독교 산하 시설이 대다수였다. 기독교에서는 한국교회노인학교연합회와 천주교노인대학연합회까지 결성해 고령신도 평생교육과 선교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어냈다. 특히 천주교는 지역교구별로 시니어아카데미를 개설해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불교계는 출발부터 늦은 만큼 갈 길도 멀다.

조계사 교육국장 승묵스님은 “사찰에서 평생 신행활동을 해온 불자들을 배려하고 대접하는 의미에서 노인대학 설립은 의미있다”며 “불자들의 노년의 삶이 더 건강하고 밝아질 수 있도록 대학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면 신도들의 신행생활이 더 활기차 질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신문 3338호/ 2017년 10월21일자]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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