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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구담 스님의 카메라 너머 세상] 7. 초혼, 다시 부르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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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25.04.07 조회9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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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영화 헌신할 터전의 필요성 역설


진보적 주제·흥행에 의구심

7만 후원자 펀딩·투자로 완성

불교영화 지원 제도 전무해

다양한 소재·장르 제작 필요


 

얼마 전 ‘초혼, 다시 부르는 노래’ 시사회에 다녀왔다. 조정래 감독과 함께 서울국제노인영화제 집행위원을 맡고 있는 인연도 있었지만, 감독의 전작인 2016년 ‘귀향’과 2020년 ‘광대: 소리꾼’은 상당한 공감과 주목을 받았던 터라 영화 내용도 모르고 곧장 극장으로 향하였다.

 

‘초혼, 다시 부르는 노래’는 90년대 초 대학 민중가요 노래패 ‘들꽃소리’가 6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한 공장의 파업을 응원하기 위해 문화공연을 가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었다. 의외였다. 영화 소재에 제한은 없다지만 ‘노동권’ ‘민중가요’ ‘노래패’라는 이야기가 요즘 시대에 어울릴 법할까 하는 의구심, 또는 흥행이라는 자본주의적 자괴감을 안고서 말이다. 

 

그러나 영화는 주인공 민영의 담대한 내적 성장처럼 8, 90년 민주화의 기폭제가 되었던 학생과 노동자들이 던져주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1992년 당시 민주화를 열망하는 긴장과 대치가 3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왠지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데자뷔 현상으로도 읽힐 법하고 말이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에 대해, 92학번인 그가 90년대 초반 학교 선배인 이내창 열사의 광주 망월동 묘소를 참배하면서, 가슴의 눈물을 닦으며 언젠가 영화로 되살려내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이제야 선보이게 됐다고 소개한 바 있다.

 

필자 역시 적은 예산으로 삶을 쥐어짜듯 영화를 만드는 처지인지라, ‘초혼, 다시 부르는 노래’의 제작 과정 또한 만만치 않았으리라 짐작이 간다. 사회성 짙은 작품이기에 두레펀딩이라는 시민 투자금, ‘후반 작업비 및 마케팅 비용’을 위한 공동모금 등 그의 신념과 노력 덕분으로 7만 명이 넘는 이들의 후원과 펀딩, 십시일반 투자가 이루어져 마치 기적처럼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 대체 영화 한 편의 가치와 무게를 어찌 측정이나 할 수 있을까 싶다.

 

불교계의 저예산 영화 제작 시스템이라고 다르지 않다. 아니 지원 제도가 전무해서 차라리 아름답게 빈 여백에서 시작할 수 있어 남다른 각오임에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불교계 내부에서 대자본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나 극장용 상업영화의 제작은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불교 저예산 영화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의 역할이 빛을 발하는 시기에, 함께 사회적 약자를 위로하는 불교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마음껏 헌신할 수 있도록 지원과 응원이라는 제작 터전을 만들어줘야 한다.

 

T.S 엘리엇의 ‘황무지’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하였던가? 아니다. 4월은 ‘초혼, 다시 부르는 노래’가 흥행하고, 수많은 저예산 영화들의 금빛 향연이 있는 달이었으면 좋겠다. 불교영화의 희망이 보이는 4월에 꽃비가 내리면 얼마나 좋을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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