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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양심의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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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7.10.23 조회10,3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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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진 양심의 자전거

                                                                                                                  불기2551년 10월 

   자전거는 18세기 말 프랑스인에 의해 처음 만들어져 100년 뒤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다. 자전거는 한 때 교통의 지존에 까지 올랐다가 자동차에 떠밀려 촌로나 도시 일용노동자의 발노릇을 하며 간신히 명맥을 이을 정도로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그러다 몇 해 전부터 건강 도구로 한강을 점령하더니 지금은 자동차를 대체하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각광 받기에 이르렀다.


  프랑스는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공영 자전거 대여 서비스’(벨리브)를 도입해 대 성공을 거뒀다. 소정의 회비를 내면 자전거를 빌려 시내 어디든 갈 수 있는 이 제도는 독일 등 유럽 다른 나라에도 시행중이며 국내의 몇몇 지자체에서도 도입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보다 더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자전거 정책이 우리 송파구에서 처음 도입됐었다. 송파구는 지난 6월 한 민간단체의 지원에 따라 ‘양심자전거’, 송파-PUB(공용자전거) 200대를 도입했다. 노란색 양심자전거는 송파구 곳곳에 세워놓아 구민들 누구든지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했었다. 자물쇠를 채우지 않고 오직 자신의 양심에 맡겨둔 이 자전거는 그러나 3개월 만에 한 대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 노란색칠을 벗기고 자물쇠를 채워 개인이 사용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사라진 것은 자전거가 아니라 양심이며 자물쇠 채워진 것은 송파구의 자존심이었다.


  부처님께서는 “주지 않는 물건을 훔치기를 좋아하면 죽어서 지옥에 떨어질 것이요, 혹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재물이 곤궁할 것“이라고 하셨다. 자기 것이 아닌 자전거를 가져가는 행위는 이유가 무엇이든 도둑질과 다름없다. 남에게 들키지 않았거나 법의 처벌을 받지 않는다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부처님은 탁발을 하지 못해 빈 발우를 들고 오다가 악마의 유혹을 받았다. ‘아무도 보는 이 없으니 다시 가서 탁발을 하라’고 악마 마라는 속삭였다. 일곱 집을 들렀는데도 탁발을 하지 못하면 그날은 굶는 것이 당시 규칙이었다. 규칙을 어겼는지 아무도 모르니 어겨도 된다는 속삭임은 배고픈 자에게 참으로 물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부처님은 하지만 “양식을 얻지 못해도 법열(法悅)의 기쁨을 양식으로 즐겁게 살아간다.”며 마라의 유혹을 물리쳤다.

  자신을 속이는 것은 영혼을 파는 것과 같다. 그 진리를 뼈 속 깊이 새겨두지 않으면 유혹을 받았을 때 양심을 온전히 지키기 쉽지 않다. 운동선수가 오랜 훈련을 거듭하는 이유는 실제시합에서도 훈련한대로 행동하도록 근육이 기억하기 위해서다. 꾸준히 경전을 읽고 참선하며 수행하는 까닭도 이와 같다. 작은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서다. 자신의 양심을 지킬 때 그 어떤 두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을 갖게 된다.


  우리 송파구는 잘 닦인 도로, 많은 녹지공간, 훌륭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자전거 타기도 최적인, 살기 좋은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여건을 갖췄다 해도 양심을 파는 사람이 많은 곳은 결코 좋은 동네가 아니다.

  구겨진 송파의 자존심이 하루 속히 되살아나 송파구민들이 건강한 양심을 자전거에 태우고 아름다운 송파의 거리를 마음껏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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