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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태안 자원봉사를 함께 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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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8.01.29 조회11,8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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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하반야바라밀

지난 19일 가족들과 논술수업을 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지난 1년간의 생태수업 마무리 삼아 태안에 다녀왔습니다.

1주일에 한 번 하는 수업이라 체험보고서가 늦어졌습니다.

아이들의 눈과 가슴으로 쓴 글을 정리해서 짧게 올려봅니다.

***3학년 김태우

깜깜할 때 엄마가 깨웠다. 눈이 안떠졌었는데

"태안...자원봉사..."

하는 단어들에 정신이 확 들어서 일어났다.

4시10분밖에 안됐는데도 늦었다고 서두르셨다.

우리차와 작은 외숙부차에 나눠타고 불광사에 도착해보니

사람들이 많아서 놀랬다.

가는동안 어떻게 내가 태안반도에 가서 기름을 잘 닦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

태안반도 멀리서 볼 때는 깨끗해보였는데 가까이 가보니까 기름범벅이었다.

방제복이 어른꺼라서 치마를 입은 것 같았다. 장화도 커서 불편했다.

어린이들도 자원봉사를 오니까 어린이용도 있었으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집에서 가져간 부직포로 돌들을 닦다보니, 하트모양 돌도 있었다.

참 예쁜데 기름이 묻어서 속상했다.

땅에 조개도 없고 게도 없었다. 어디갔지?

기름범벅이 된 돌을 깨끗이 닦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조금은 형들과 장난도 해서 엄마아빠한테 야단맞을 뻔 했다.

만약, 내가 컸을 때까지 기름이 남아있다면 어떻하지?

그러면 나는 기름을 빨리 없애는 수정탐사기를 만들고

빨리 복구가 되도록 돕고, 그렇게 되기를 기원할 것이다.

다녀와서 본 TV에서 태안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복구된다고 한다.

빨리 복구되어 태안에서 물고기를 보고싶다.

****5학년 승헌이

지각을 했다.

그런데 작은 신발을 신고나와서 다시 집에가서 바꿔신고 오느라 또 늦었다.

가는 내낸 기름이 얼마나 많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심심해서 버스안에서 잠이 들었다.추울거라고 했는데 도착하니 시원했다.

자원봉사를 할 장소까지 걸어들어가는 동안

기름덩어리가 바다에 심하게 떠 있고 온통 돌이 시커멓게 변해있었다.

그리고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이 수백 명쯤 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봉사활동을 해서 닦으면 한 10년은 걸리겠다.

수건으로 닦다가 부직포로도 닦았다. 허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힘이 든다.

마스크 때문에 안경이 내내 뿌옇게 되서 아주 불편했다.

그래도 기름유출 사건이 없었다면 바다가 깨끗했을텐데,

우리 국민 모두가 자원봉사를 한다면 빨리 끝날 수 있을텐데...

예쁜 돌을 봤지만, 기름에 묻어서 가져올 수 없어서 마음이 아팠다.

쌀뜨물 발효한 물이 얼굴에 묻었지만 열심히 했다.

오는 내내 머리가 아팠다. 그래서 버스에서 잠을 잤다.

선생님이 또 가야겠다고 하신다. 혜지도 또 가자고 한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솔직히 너무 힘들어서 고민된다.

******5학년 혜지

태안반도에서 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사고가 났다고 한다.

뉴스에서 태안반도가 많이 오염되어서 자살한 주민들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봤다.

태안반도가 많이 오염됐구나, 거기 사는 사람들이 많이 힘들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논술 선생님께서 자원봉사를 하러 가자고 하셔서 엄마께 허락을 받았지만

날씨가 많이 추을것 같아고 하셔서 걱정을 많이 했다.

물론 기대도 많이 됐다.

 드디어 논술선생님, 아저씨, 새미언니, 태우, 수진언니, 재환이, 승헌이 그리고 나는

꼭두새벽부터 옷을 잔뜩 껴입고 출발을 했는데,

태안반도에 도착해보니 별로 춥지가 않아서

목도리도 버스에 놓고 방제복을 입었다. 어른용이어서 너무 컸다.

바닷가에 검정 타르덩어리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커다란 바위들만 까만 색이었다.

이상했지만, 아저씨가 돌에 있는 물기들이 다 기름이라고 하셔서 자세히 보고 깜짝 놀랐다.

그래서 쌀뜨물 발효물을 부직포에 부어서 돌들을 열심히 닦았다.

TV에서 본것처럼 바위들이 모두 기름기가 아주 많이 있고, 닦아도 닦아도 끊임없이 계속 있었다.

맨처음에는 재미있고 힘도 많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팔과 다리가 힘이 들고, 다리고 저리고 닦기도 힘이 들었다.

그래도 선생님과 나는 방바닥에 걸레질 하듯 땅에 있는 작은 돌들을 닦았다.

땅을 파고 속에 있는 돌들도 닦았다.

이렇게 힘이 드는 일을 태안반도 주민들은 악취도 나고 힘이 많이 드는 것을 매일 해야하다니 그건 매우 힘들 것 같았다.

그런데 밀물이 들어오자 우리가 닦아 놓은 돌들이 다시 기름이 다 묻었다.

열심히 닦았는데 기름 범벅이 되다니 허탈했다.

그래서 나는 선생님께 "선생님, 이게 계속 더러워지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요!"라고 했더니,

선생님께서

"한 번 닦아서 더러워지더라고 계속 닦으면 바다에 있는 기름이 차츰 줄어서 깨끗해지겠지.

하지만 아예 안닦으면 기름이 다 없어지더라고 

이 땅과 바다 속에 다 스며들어 바다와 땅이 다 죽어버리면 동물들도 되돌아 오지 못하겠지"라고 하셨다.

우리는 조금밖에 일을 하지 못했지만, 우리가 한 일이 태안반도 주민들에게 작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태안반도를 다녀와서 생각해보니

그 사고는 태안반도 오염은 물론이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이니

하루 빨리 복구가 되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좀 더 자연에 관심을 갖고 이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했으면

이렇게 불행하고 비극적인 일

 은 없었을텐데, 정말 반성해야겠다.

봉사를 하고 나서 집에 와서 TV를 보니 왠지 태안반도가 전보다 깨끗해 보였다.

너무 좋았던 경험이었다.

 

<바닥에 다리뻗고 앉아 열심히 닦아내는 

연화새미와 친구 수진이>

<하는 동안 힘들다는 말 한 번 안하고 열심히 한 혜지>

<내내 생태계가 망가졌다고 속상해하며 닦던 재환이>

<커다란 방제복을 입고 자원봉사하는 형들과 누나들 감독(?)하던

법신태우는 정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웠습니다>

<감기기운으로 망설이는 엄마의 염려와는 달리 잘 해내고

 오히려 감기가 떨어진 승헌이>

<봉사하겠다는 식구들과 논술아이들까지 챙겨준..

그리고 열심히 닦아낸 뒤에는

기름닦은 옷감들이 가득한 보따리들을 치워준 현성거사>

<보이시나요? 저 검은 기름들...>

<그날 모항항에는 자원봉사자들로 하얗고 노랗고 회색의 꽃이 만발했습니다. 제 옆에서 땀 뻘뻘 흘리며 닦아내시던 머리 하얀 목사님의 씩씩한 표현이었습니다.>

 <닦아내도 닦아내도 밀려오는 타르덩어리들은 그래도 남았습니다.

아직도 바다 바닥에 가라앉아 있을 그것들은 어떻게 해야하나요?>

- 아직 봉사 못가신 분들을 위해 사진 잠깐 찍으면서 기름 닦은 보리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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