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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서의 편지] 한 번의 대회로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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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8.08.26 조회15,4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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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서의 편지] 한 번의 대회로 해결되지 않는다

 

 

최근 코미디언 같은 장경동 목사가 막말을 했다지요?

“내가 경동교(장경동교)를 만들면 안 되듯이 석가모니도 불교를 만들면 안 되는 것이었다.
스님들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빨리 예수를 믿어야 한다.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다 못산다.
불교 비하한다고 하는데, 나는 바른 말을 한 것이다”라고요. 해도 너무 하네요. 방송을 타는 목사라는 분이….

오현섭 여수시장도 “(지난해 11월) 긴급기도회를 개최해 세계박람회라는 하나님의 큰 선물을 받았으니, 보답하는 길은 선교이고 주님의 복음을 증거하는 박람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답니다. 민선 시장이 할 말이 아니지요. 하긴 다른 지자체와는 달리 여수 시청에서는 가끔 기독교 행사까지 열린다고 하니 이참에 확실히 바로잡아야겠습니다. “시장의 허락 없이 직장선교회 간부 공무원이 시장 명의로 글 기고”한 것이라고 변명했다니, 공직신분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치고 빠지는 수법이 이명박 대통령과 너무나 똑같네요.

조계사 보시함에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고 찍힌 1천 원짜리 돈이 든 순복음 교회 봉투가 발견되었다지요? 참 딴 나라 세상 사람들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종교문제로 시끄럽습니다.

8월 27일(수) 오후 2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대규모 범불교도대회가 열립니다. 도심 한 복판에서 수천 명의 스님들과 십 수만의 불자들이 정부에 항의하는 대회를 치르는 것은 불교사에 없었던 일이라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새 정부 들어서서 기독교 공화국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주는 공직자들의 종교 차별적 사건들이 연이어 터졌고, 이러한 일들은 장로 대통령 임기 내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조계종 총무원장께서 불쾌하게 검문을 당한 뒤 스님들 분위기도 격해진 듯합니다.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내부 싸움에만 몰두하느라 남의 일처럼 무심했던 것을 생각하면 불교계가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많은 불교인들이 집결해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대회’를 하는 것이 세속인들과 다를 바 없이 세과시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도 있겠지요. 지혜와 관용의 종교답게 더 성숙한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지혜는 현실을 직시할 때 생기고, 관용은 힘 있는 자의 언어입니다. 더 이상 초세간적이고 시비를 걸지 않는 넉넉한 종교로 포장할 여유가 없습니다.

수십 년 간의 기독교의 배타성과 공격성에 이제 지쳐버렸습니다. 오랫동안 누적된 종교과잉과 종교차별을 바로잡기 위해 ‘살풀이’가 필요한 때입니다. 공존과 상생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일지도 모릅니다. 모른 척하고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자기 합리화, 자기기만일 수도 있습니다.

기독교의 권력화를 예의 주시해야 합니다. ‘기관장홀리클럽’이 배경이 되어 정부 복음화, 성시화 운동을 통해 입법, 사법, 행정 등 공권력을 장악하려는 위험천만한 기도를 철저하게 그리고 끈질기게 감시해야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당연히 할 일을 할 뿐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위헌적이고 반사회적인 공격성에 대해 자각증상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대통령이나 경찰청장, 여수시장이 공개적인 사과를 하지 않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물러설 곳도, 한가로이 지켜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물론 단 한 번의 대회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상설기구를 만들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종교차별과 정교분리 위반 사례들을 모아 공론화하여 국민의식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종교차별금지법’ 등 법제화를 통해 종교로 인한 국민 분열을 막아야 합니다. ‘국가공무원법’에 정치중립처럼 종교중립을 추가할 수도 있고요. 벌칙조항과 함께.

불교사회지도자님들의 지속적인 관심만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비기독교인들이 느끼는 2등 국민 대접은 감수해야 할 일 아니라 개선, 극복해야 할 화두입니다. “용기를 내어 그대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그대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리라”는 폴 발레리의 말이 다시 한 번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지난 8월 21일자 한겨레신문에 게재된 시론 ‘공공영역 종교중립 시급하다’를 아래에 붙입니다. 7월 31일 불교학회에서 기조 발제한 졸고 ‘불교와 사회참여’도 첨부합니다. 시간 되실 때 읽어 보시고, 기탄없는 지적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7일 수요일 2시에 서울광장에서 뵙지요. 2008.8.24.(일)   박광서  합장

[시론] 공공영역 종교중립 시급하다 / 박광서 
 

   
 
▲ 박광서 서강대 교수, 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
 
최근 공직사회의 연이은 종교차별적 행보에 불교계가 범불교도대회로 맞서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불자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일들이 자꾸 터져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종교 문제에 관한 한 이명박 장로 대통령은 불신을 받고 있다.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여 물의를 일으켰고, 청계천 준공식 때도 “하나님이 해주신 거라 먼저 목사님 모시고 예배 드리고 테이프 끊었다”고 자랑하더니 ‘사찰이 무너지라’고 기도하는 부산의 청년부흥회에 동영상 축사를 보내 비기독교인들을 소외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후보 때도 ‘종교간 화해와 상생을 위한 서약서’에 서명을 거부했고, 종교 편파성 논란에 대해 단 한 번도 공개사과를 하지 않아 헌법을 지키고 사회통합의 의지가 있는 대통령인지 의심받는다.  

실용정부 들어서서 ‘사탄의 무리’ 운운했던 추부길 목사에 이어 또 다른 목사를 청와대 행정관으로 임명하더니, 부시 대통령과의 공식 만찬 자리에 조용기 목사를 불러 기도를 하게 해 목사 없이 정치를 할 수 없는 한계를 드러냈다. 포항시 예산의 1%를 성시화운동에 지원하겠다고 했던 정장식 전 포항시장을 중앙공무원교육원장으로 화려하게 복귀시키는 부적절한 인사를 지켜본 불자들은 배신감마저 느낀다. 최근에는 대중교통 정보시스템 ‘알고가’에서 작은 교회까지 안내하면서 사찰은 모두 빠뜨려 불자들의 분노를 샀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전국 경찰복음화 대성회’ 홍보 포스터에 조용기 목사와 나란히 사진을 게재해 권력을 특정 종교에 빌려주는 어설픈 짓을 하고도 사과 한마디 없다. 얼마 전 경찰이 조계종 총무원장이 타고 있던 차를 검문하여 불교계를 자극한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정중히 양해를 구해야 할 일을 “총무원장이니 더 철저히 해야겠다”는 무례하고 도발적인 태도로 트렁크까지 검색했다니 하는 말이다.  

민주화, 사회투명성, 평등한 세상을 목표로 온 힘을 쏟아온 지난 수십 년간 종교 문제까지 다룰 여유가 없어 종교인권이나 정교유착의 문제는 유보되어 왔던 사회적 과제였다. 이제 국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져 사회 이슈로 불거진 것뿐이다. 혹자는 공직자도 종교의 자유가 있다며 마땅찮아하기도 한다. 물론 누구나 내면의 종교자유는 누릴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먹는 심부름꾼인 공직자는 정책의 수립과 집행은 물론, 자신의 언행조차 권력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늘 잊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교분리라는 헌법정신인 것이다.  

종교로 인해 불편하고 차별받는 사회는 후진 사회다. 공직사회, 학교, 공공장소 등 공공영역에서의 종교 오염과 종교 차별 사례는 드러내고 공론화해 풀어감으로써 불필요한 사회적 소모를 줄여야 한다. 우선 ‘국가공무원법’의 정치중립처럼, 종교중립 조항 추가 등 법제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법치사회의 순리일 것이다. “모든 제도는 의식의 소산이며, 모든 의식 또한 제도의 소산”이라고 하지 않는가.  

“정치는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지만, 종교는 그보다 열 배는 더 많은 목숨을 앗아갔다”고 한다. 종교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불씨를 꺼야 하는 이유다. “다종교 국가 중 한국만큼 비기독교인으로 사는 데 불편을 느끼는 나라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불안한 동거’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각종 갈등구조가 중층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우리 사회에서 잠재적 폭발 가능성이 많은 종교 갈등을 미리 예방하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국민통합 없이 선진 사회를 꿈꾸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공공영역에서의 종교 중립은 그래서 중요하고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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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년 08월 25일 10:54:58 / 수정 : 2008년 0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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