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규탄 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회는 이번 대회에서 ‘종교평화’ ‘국민화합’을 내세웠다. 종교차별이 척결되지 않고는 종교평화는 물론 국민화합도 이룰 수 없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압축한 것이다.
그러나 성난 불심은 이명박 정부의 종교 차별에 항의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았다. ‘중생이 아프면 보살도 아프다’는 유마경의 한 구절을 적은 번(幡) 주변에는 ‘의료민영화 반대’ ‘공안검찰 각성하라’ ‘이명박 심판’ ‘촛불은 진화한다’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연설에서도 이명박 정부를 보는 불자들의 시각이 그대로 반영됐다.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서는 “우리 불교인이 그동안 제대로 하지 못한 사회적 역할을 자각하고 참회하는 장”이라며 “사회적 고통과 민족의 장래를 위한 논의와 실천에 적극 나서고자 하는 결심의 마당”이라고 이날 대회의 성격을 밝혔다.
수경스님은 대회연설을 통해 "이명박식 자본주의를 표현하는 ‘실용주의’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 자본주의’라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최소한 인간적 품위와 자존을 지키려는 국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민심과 반대로 치닫는 이 대통령을 호되게 질책했다.
시국에 대해 비교적 담담했던 불교계가 범불교대회를 계기로 종교차별 규탄과 함께 불교계가 사회적 회향을 활발히 펼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교육·통일 등 각종 정책에 대한 강한 비판의식이 구심점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대회에는 방송 장악·네티즌 탄압 저지 범국민행동, 전국철도노동조합,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등에서 홍보물을 배포하면서 홍보활동을 펼쳤다. 범불교대회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촛불 수배자들이 범불교대회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조계사 주변에 사복 체포조 300여명을 배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