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만나는...미인도..
페이지 정보
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8.10.23 조회16,265회 댓글0건본문
드라마-영화-전시…‘신윤복 신드롬’ 왜?
5가지 코드의 ‘유혹’
《“‘미인도’가 어딨지?”
지난 주말인 18일과 19일, 한 시간 이상 기다려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간송미술관 입구에 들어선 관람객들은 미인도부터 찾았다.
26일까지 조선 초∼후기 명품 서화 100여 점을 한꺼번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유독 혜원 신윤복의 그림을 보기를 원했다.
소설 ‘바람의 화원’과 영화 ‘미인도’에 이어 이번 전시까지 ‘신윤복 신드롬’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신윤복의 그림이 ‘현대 코드’와 맞아떨어진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신윤복 코드’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이태호 명지대(미술사) 교수는 도회적이고 세련된 그림 분위기가 현대인의 정서를 파고들었다고 봤다. 신윤복은 조선의 수도 한양의 풍속을 읽을 수 있는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특히 유흥가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포착했다. 한양의 기생집은 유희의 문화가 넘쳐흐르는 곳이었다. “밤을 즐기는 자본주의적 향락 문화, 상업적 문화 코드와 일맥상통하는 것”(백인산 간송미술관 상임연구위원)이다.
신윤복의 그림에는 조선 시대 다른 화가들에게서 찾기 어려운 자극적인 소재가 과감히 등장한다. 달빛 아래 남녀의 은밀한 사랑이 느껴지는 ‘월하정인’, 화려한 정원에서 가야금을 들으며 기생을 뒤에서 안은 양반이 등장하는 ‘청금상련’ 같은 그림은 남녀의 애정 행각을 거리낌 없이 표현했다. 당시에는 파격이었겠지만 현대 시각으로 보면 멜로드라마 같다.
이원복 국립전주박물관 관장은 “신윤복의 그림은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선이 가늘면서 곱고 좁으면서 섬세하다”고 말했다.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다. 담뱃대를 든 채 연꽃 연못을 바라보는 ‘연당의 여인’과 ‘미인도’가 대표적이다. 감성마케팅의 현대적 트렌드를 200여 년 전 그림들에서 발견한 셈. 유교에서 탈피한 인간 감정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탈이념화되고 개인이 중시되는 현대의 시대정신을 닮았다.
신윤복은 감성적 소재를 부각하기 위해 선명한 색채를 화려하고 호사롭게 구사했다. 이는 강렬한 시각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현대 문화를 닮았다. 그래서 신윤복의 그림은 쉽고 편안하다. 그러나 신윤복 그림이 요즘 인기를 끄는 것에 대해 “깊이 있는 책보다는 인터넷과 텔레비전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언어와 영상에 익숙한 세태를 반영한 것”(백 상임연구위원)이라는 지적도 있다.
18일 간송미술관 전시를 찾은 관람객은 신윤복의 그림을 보느라 단원 김홍도나 추사의 그림, 글씨마저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백 상임연구위원은 “조선 시대 회화의 은은함과 그윽함, 지조와 절개, 불변 같은 가치가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기생을 많이 그린 신윤복의 그림은 지조보다 자유분방함을 보여준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동아일보 편집국 사진부 김미옥기자
|
신윤복의 실제 삶과 작품세계 | |||||||||
EBS 다큐프라임, 20~22일 조선의 프로페셔널-화인 재방송 | |||||||||
| |||||||||
요즘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이 연일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데에는 SBS TV 수목드라마 <바람의 화원>의 영향이 적잖다는 분석이다. 지난 12일부터 이 미술관은 드라마의 주인공인 단원 김홍도(박신양 분)와 혜원 신윤복(문근영 분)의 그림이 포함된 보화각 설립 70주년 기념 서화전을 열고 있다.
소설과 드라마, 영화 등 허구 장르가 역사적 인물들을 불러내긴 했지만 이들이 살았던 삶의 실제 자취나 예술적 성과의 진면목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건 역사서나 다큐멘터리일 것이다. EBS TV <다큐프라임>은 단원·혜원과 함께 기산 김준근까지 조선 후기의 대표적 풍속화가 3명을 조명한 3부작 조선의 프로페셔널-화인(畵人)을 지난 7월에 이어 20~22일 밤 11시10분에 앙코르 방송한다. 다큐멘터리는 궁중 화가였던 김홍도가 왜 서민들의 풍속도에 매진하게 됐는지, 기생을 주로 그린 신윤복은 과연 저속한 화가였는지, 전 세계 11개국에서 기산 김준근의 그림이 발견되고 있음에도 왜 국내에선 그가 잘 알려지지 않았는지 등 흥미로운 의문들을 풀어낸다. 20일 방송되는 제1부 풍속화, 조선을 깨우다에서는 김홍도가 나타낸 천재성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그의 행적을 거슬러 올라간다. 씨름도에서 드러나는 그의 천재성을 재연 등을 통해 분석하고 그가 특히 능란하게 사용했던 선(線)에 대해 살핀다. 또 금강산 그림의 사실성을 증명하고 김홍도가 서양의 광학기구를 사용해 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21일 방영될 제2부 여인과 색깔, 조선을 흔들다는 화려한 색(色)을 동원하고 여인을 주로 그렸던 신윤복의 삶과 작품 세계를 비춘다. 다큐멘터리는 신윤복이 기생을 과감히 등장시키면서 당시 조선의 향락 문화를 풍자하려 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아울러 현재와 같은 색의 재료들이 없던 시대에 그가 어떻게 화려한 색 재료를 구했는지 밝히고, 현대 회화의 구도분석 방식으로 그의 탁월한 미의식도 탐구해 본다. 그의 대표작 미인도의 복원 작업도 진행한다. 22일엔 19세기 개화기 조선의 운명을 기록했지만 현재 베일에 싸여 있는 김준근의 세계를 다룬 조선풍속화, 세계를 거닐다가 시청자를 찾아간다. 프랑스 파리 국립기메동양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된 170여 점을 포함해 전 세계 11개 국에 1190여 점에 달하는 그림이 퍼져 있음에도 국내에선 이름조차 생소한 그의 행적을 유일한 단서인 그림을 통해 역추적한다. 또 여러 명의 화가들이 그림을 공동 제작해 그의 이름을 상호(商號)로 유통했으며 그가 근대 번역소설 천로역정의 삽화가일 것이라는 가설의 입증을 시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