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의 연등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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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11.05.11 조회23,880회 댓글0건본문
올 해부터 연등축제는 일요일에서 토요일로 변경이 되었다.불기 2555년 부처님 오신 날을 며칠 앞두고 해마다 이맘때 쯤 봉행되는 연등축제의 날이다.
어제 오후부터 시작한 비가 오늘 아침까지 내렸지만 낮부터는 그치고 오히려 햇쌀이 강렬하게 비치기까지 시작하였다.
30만명이 참여하는 행사의 진행이 원만하게 되어 참으로 고마울 수가 없다.
동국대의 연등봉축행사와 종로거리의 제등행진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만 불광의 불자들은 일찍부터 바쁘기만 하다.
오늘 밤 새벽 1시부터 교육원 공양실에서는 보문부 소속 보살님들과 일부 구법회 보살님들의 손놀림이 빨라지고 있었다.
이 날의 행사의 저녁공양으로 사용 될 김밥 천개를 싸기 위해서였다. 사실 이 일은 오늘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곧 다가오는 부처님 오신 날의 점심공양 준비는 이에 비교할 바가 못되는 큰 울력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보문부장님을 포함한 이분들의 역할은 너무나 커서 언제나 감사할 따름이다.
오후 2시, 동국대 운동장의 행사에 참여하게 되는 구법회 식구들이 1차로 임대버스 다섯 대에 분승하여 출발하였다. 차 안에서는 각각의 인솔자가 김밥, 떡 그리고 물을 나누어 주면서 행사 유의사항을 설명하였다. 2차로는 오후 네 시에 버스 열 대가 불광사에 출발하여 종로거리에 배치된다. 동국대 부근 도로에 하차하니 종단 포교사단에서 나온 포교사들의 안내가 이어졌다. 우리가 자리한 곳은 운동장의 남쪽 스텐드였다. 사찰별, 종단별로 지정되어 우리는 5그룹에 배치되어 있었다. 이미 운동장은 각양각색의 연등과 옷차림으로 화려한 수를 놓고 있었다.
서서히 분위기는 무르익어갔고 불교행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주자 김병조씨의 사회로 식전행사인 ‘어울림 마당’이 시작되었다. 계층별로 어린이, 중고등학생, 청년, 어른 순으로 공연이 이어졌다. 여러 사찰과 단체에서 20여명씩 분담하여 100여명씩 한 조가 되었는데 우리는 연꽃법회, 목련.싣달법회, 청년법회가 각 계층에 참여하였다. 우리의 어린이와 청소년의 이름이 불려 질 때마다 불광사의 자리에서는 큰 함성이 일어났다. 우리는 불광가족 이라고 말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나아가 우리는 형제라고도 한다. 광덕스님의 깊은 뜻으로 뭉쳐진 식구이고 가족이고 형제이다.
사회자는 가만히 구경만 하도록 두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게 하여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게 하였다. 여기에는 스님도 내빈도 예외가 아니었다. 행사명 그대로 어울림마당이다.
과열된 열기를 식히면서, 이어진 ‘연등법회’에서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봉독하면서 장내는 엄숙한 분위기가 되었다. 아기부처 관욕식에는 종단의 대표스님이 참여하였으며 우리 불광사 회주 지홍스님도 당당하게 동참하셨고 사회스님의 호명에 우리는 다시 환호를 하였다.
봉축위원회 위원장이신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께서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연등의 색깔이 각각 다르듯이 우리들의 생각과 모습도 각각 다르다. 그러나 그것은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해야하는 연기법이다. 오늘 우리 주변의 환경은 결국 우리 스스로의 책임이다.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 보아야 할 때이다"라며 자성을 촉구했다. 또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 이것이 곧 자성과 쇄신 결사이며 그 어느 때보다도 당당하고 신명나는 몸짓으로 이제 제등행진을 하면서 나와 남, 우리와 이웃, 사회를 밝게 비추는 광명의 걸음을 한 발 한 발 내딛자"고 당부했다.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연등행렬이 시작되었다. 우리 불광사는 이번에는 거의 끝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그룹인지라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종로거리로 나갈 수 있었다. 종로에서 기다리고 있던 2차팀과 합류한 후 불광기수(청년 법회), 연꽃법회, 사중 스님, 회장단, 합창단, 일반법우 순으로 대열을 맞추었다. 더구나 다른 단체와 달리 앞 뒤 간격이 일정하게 오와 열을 맞추어 행진하니 천여명의 동참자는 환희심이 났고 장엄하기까지 하였다. 법복을 입은 연화부원의 목탁소리에 맞추어 바라밀정근을 시작하였다. 우리들의 특성화로 여기는 보살님의 흰저고리 파란치마 복장(거사님은 정장에 파란 넥타이)은 관중을 압도하였다. 종로 3가에 위치한 본부석 앞을 지나니 불교텔레비전 생중계 아나운서는 가쁜 숨을 몰아 쉬면서 드디어 기다렸다는 듯이 불광사를 소개하기 시작하였다. 강남의 대표 사찰, 체계적인 교육과 신도조직, 광덕스님의 마하반야바라밀 사상, 전법포교의 일번지 등등... 나아가 절도있는 행진을 보고는 ‘모내기 줄’이라고 하여 관중을 웃음으로 안내하기도 하였다. 우리는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한 기분으로 큰 소속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종로를 활보하였다.
행진 중에 주변에 답례를 하면서 살펴보니 늦은 시간인데도 작년보다도 더 많은 관람객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특히 해를 거듭할수록 외국인이 크게 늘어나 이 축제는 세계의 축제가 될 날이 멀지 않아 보였다. 이 행사를 보기 위하여 유럽의 여러나라에서 전세기를 동원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우리의 불교유적지와 정신은 전통문화와 어우러져 있다. 따라서 계승하고 번창시켜야 하는 당위성이 있지 않은가? 다행히 이날 연등행렬에 합류했던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자승 스님과의 환담에서 "연등행사는 훌륭한 우리의 문화"라면서 "연등행사를 유네스코 무형 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전 세계가 즐기는 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오늘 하루, 불광가족인 것이 기쁘고 불자인 것을 더욱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하루였다.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온 국토에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