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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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11.05.05 조회23,775회 댓글0건본문
부처님오신날 특집- 온 누리에 자비 광명을
“오늘도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선다”
내가 태국인법회와의 인연을 맺은 것도 어느 덧 3년이 훌쩍 지났다. 국내 태국인들이 불광사(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공간을 빌려 법회를 보면서부터다. 그 당시 나는 신행모임 단체인 불사반야회의 총무 소임을 맡고 있어 회원 2~3명과 함께 법회진행을 도왔다.
이들과의 만남이 낯설지 않은 것은 예전에 봉사단체에서 이주민들의 인권봉사를 했던 경험이 있어 이들의 한국생활에 필요한 것을 챙겨 줄 수 있었다.
태국인 법회는 매월 첫째 일요일에 한번 하지만 이들에겐 손꼽아 기다려지는 날이라고 한다. 고향음식 만들어 먹으면서 모국어로 이야기도 나누고 고향소식도 전하며, 수다 떨 수 있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이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스님께 공양올리고 부처님 법문 듣고 명상하면 아무리 힘든 일들도 금새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법회에 동참하는 태국인 대다수가 남편 따라 시집온 이주 결혼여성들과 그 자녀들 그리고 유학생과 이주노동자 등이다. 현재, 이주 결혼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대부분이 이웃종교에서 많이 운영하고 있는 관계로 이들이 한국에 와서 불교를 접하기 어려워,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들었다고 한다.
부천에서 오는 한 불자는 처음 한국에 시집와 기독교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나 아들과 딸의 건강이 좋지 않아 고생하던 중 이 법회에 동참하면서 건강이 좋아졌다며 부처님 예찬론을 펼친다.
이들은 스님께 공양 올리는 것을 최고의 공덕이라고 믿고, 태국스님들은 태국불자들의 건강과 행복을 축원해 준다. 낯선 땅 한국에서 서로 의지하며 생활하는 모습에 오늘도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서게 된다.
어느 날 이른 아침. 전화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보살님 우리 집 샀어요!’ 하며 집들이해야 한다는 이주 결혼여성의 들뜬 목소리에 덩달아 눈물을 흘렸다. 그는 내게 남편친구에게 대접할 한국음식을 도와 달란다. 재래시장이 싸다며 둘은 경동시장에서 팔이 아플 정도로 장을 보고 즐거워하며 음식 만들었다.
어느 때는 힘든 일에 시간이 여의치 않아 병원을 못가는 분들을 위해 법회 때면 한의사 무료진료도 주선한다. 어른들이 편안히 명상할 수 있게, 엄마 따라 법회에는 왔지만 타종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익숙해져 부처님께 인사를 시키면 예수님 부처님 이라고 부르는 아이들에게 불교 동화를 읽어주고 연꽃을 만들어 가슴에 붙여 주는 등 어린불심을 키워 주던 일이 스스로 고마울 따름이다.
지난 2009년 안산에서 열린 쏭끄란 축제 때는 불사반야회의 후원으로 1천명분의 떡볶이와 차를 공양하며 법회 전단지를 돌렸고, 불광사 회주 지홍스님의 도움으로 한국문화체험과 겨울이면 김장 나누기, 가정문제 해결을 위해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눈물 흘렸던 일 등 분별없는 마음으로 이주민들을 바라볼 때 그들도 마음을 열며 다가와 주었다.
현재, 법회를 이끌고 있는 스님은 부라마하 주스님이시며, 태국 담마까야 사원에서 동국대학 불교학과에 유학중이다. 외국인 스님이다 보니 학교 기숙사 사용이 어려워 남양주 불암사에서 통학 하며 공부하고 있다. 스님은 학교 졸업 후 한국에 있는 태국사람들을 위해 명상센터와 세상에서 제일 큰 태국부처님을 조성하시고 싶다며 해 맑은 웃음을 지으신다. 나도 빨리 태국불교센터가 만들어져 그들만의 쉼터와 법회를 볼 수 있었으면 하고 발원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기회가 되면 우리 보살들과 자매결연을 맺고 한국의 친정어머니를 만들어 주고 싶다.
불광사 자명심(정숙영) 보살님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회보 연우에 실린 글입니다.